YUN SUKNAM | 윤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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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전시소식]비형식의 논증, 자하미술관, 2011.4.7-5.31
비형식(非形式)의 논증(論證) / 자하미술관

전시 기간 : 2011.04.07(목)~05.31(화)
관람 시간 : 오전10시 - 오후6시/매주 월요일 휴관




● 시각예술을 논증적으로 말하기

비형식 논리(Informal Logic)란 개인 간 대화, 토론, 주장문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말이나 글의 논리적 구조를 탐구하는 논리학의 새로운 한 분야다. 비형식 논리는 형식논리학의 개념과 이론적 성과를 활용하여 좀 더 일상 언어적 맥락으로 확장한 것이며, 본 전시는 비형식의 논리라는 언어적 측면에 다시 ‘조형’언어를 포함시키려 한다.

그림의 전형은 일반적인 형식을 갖추지 않은 비형식의 그것이라 말할 수 있다. 작가들은 대부분 자신의 논리와 사상을 그러한 비형식을 빌어 주장한다. 개개의 작가들이 갖는 개념과 그 개념을 실제화 시켜주는 행위는 보이는 것 이상의 논리를 갖추고 있다. 서로 다른 작업을 보여주는 이들의 작업이 갖는 공통분모는 다름 아닌 개념 속 논리의 끊임 없는 증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우연이나 순간적 감각이 아닌 치열한 작가적 사고와 논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음에 주목해야 한다.

작가들은 존재 유무를 떠나 개인과 사회의 유기적 연관성을 중시하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지점에 대한 탐구의 수단으로 창조된 작화법을 중심으로 논증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작업이라는 시각예술의 방식으로 설명해 낸다.

때문에 본 전시는 미술이라는 조형언어로 많은 시각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개념화 혹은 이론화 시키는 것에 주목하려 한다. 또한 그러한 형식을 갖추고 있는 작가 중 일회성 또는 단발성 해프닝에 멈추지 않고 지속적인 작업의 과정에서 드러난 형식을 갖추고 있는 작가분들을 모아 새로운 개념에 도전하는 전시다.  

● 윤석남의 Green Room은 자하미술관의 전시공간과 외부 자연이 모두 합일되는 의미의 작품이다. 의자 위에 앉은 여인 형태의 나무상은 이전 작업과 달리 구체적 이목구비를 갖추지 않는다. 보다 풍부한 감정의 이입과 심리 상태의 치열한 공방을 연상케하는 전시다. 방 안을 가득 메운 오려진 종이들은 무속인이 굿에서 사용하는 듯한 모양새다. 종이를 겹치고 반복되는 모양을 일일이 손으로 오려내는 가운데 형상이 탄생한다. 이 형상들은 삼라만상의 여러 모습으로도 보이고 만다라의 다양한 장식성 모양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결국 종지부는 하늘에 닿기를 바라는 소망 같은 인간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 작가의 마음이 된다. 굿을 마친 무속인이 정성스레 오린 종이를 태워 하늘로 날리듯 윤석남의 작품도 전시가 끝나면 재가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 다시 처음이다. 자연과 합일되게 전개한 전시장의 모습처럼 자연과 하나가 되며 마무리된다. 윤석남의 논증은 거기서 비롯되고, 마무리되며, 새로운 창조로 다시 서게 된다.

● 김홍주는 "단지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따라 반응할 뿐"이라 말한다. 사실주의 회화부터 동시대의 정치적 ․ 사회적 담론, 오브제와 이미지를 두루 넘나들며 독자적 회화의 장을 스스로 구축해 낸 작가다. 구태여 예술작품을 만들고자 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은 예술이라는 범주를 너머 김홍주가 창조라는 형식을 빌린 자신의 사유를 개창함을 짐작케한다. 김홍주는 수많은 사유를 적절한 그릇에 담는다. 때론 유미주의 끝처럼 아름답고 때론 걸개그림처럼 웅변의 함성이 들린다. 들리기도 한다. 차가운 시선과 따뜻한 감정이 작품마다 필요에 의해 등장하고 숨어있기를 적절히 한다. 시각예술작가의 손이기에 가능하다. 멈추어야 할 지점과 까발려야 할 지점을 담고 있다. 예술이기에 말할 수 있는 것과 예술이기에 다 말하지 않는 것.  

● 김지원이 그리는 맨드라미는 자연의 그것이라기보다 맨드라미의 초상이라 말한다. 또 맨드라미의 초상이라 함은 다시 말해 작가의 심상적 실존 자아일 수도 있다. 그래서 김지원의 맨드라미를 보면 자연의 일차적 아름다움을 너머 기쁨과 슬픔, 획득과 상실, 허정한 마음 이후의 새로운 生의 기운을 모두 읽을 수 있다. 노자가 말한 熟과 生의 경지이며, 변질이 아닌 새롭게 순환하는 인생의 역정이다. 김지원은 혼자 얻고 자위하려 하지 않는다. 그의 작업을 통해 감상하는 자와 그리는 본인의 사유가 소통하길 바란다. 그가 얻고자 하는 것을 굳이 단어로 빌리면 道일수도 있고, 진리일수도 있을 것이다. 빌려 온 것은 애초에 그것을 다할 수 없다. 그래서 빌려온 말 대신 선택한 그리기다. 대상의 이미지를 빌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소통의 지점에 관한 것이다.

● 정주영은 분명 산을 그리고 있다. 웅장하고 숭고한 모습이 거대한 화폭에 다양한 시점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다가가면 산의 형태는 깨어지고 붓질만이 화면을 메운다. 밀도 있는 화면의 밑바탕은 드러나지 않은 채 붓질 한두 번으로 산의 거죽을 드러낸다. 거친 암벽을 몇 번의 붓질로 그리니, 때론 뭔가 부족한 듯도 하다. 하지만 세세하지 않아도 뜻은 다 갖춰져 있다. 거기에서 오는 미감은 시각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심상의 지점까지 확대해석 된다. 이것은 단순히 주어진 象에서 벗어난 象外에서 얻은 것 까지 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즉 산의 유한한 형질을 돌파하여, 사람의 눈길을 먼 곳으로 펼치도록 만들고 아울러 사람의 상상을 불러 일으켜, 유한으로부터 무한을 파악하도록 만든 것이다. 겉모습만 담은 일차적 기술이 아닌 형상의 氣韻化다. 작가의 마음이 더 해져 있는 意境의 산이다. 意境. 마음으로 담고 뜻을 더한 것. 그래서 정주영의 산은 산이되 산이라고만 국한 지을 수 없고 마음과 뜻을 담았으되 개념이라고만 불릴 수도 없다. 하나이면서 둘이고(一而二) 오늘 그리되 옛 것인 산이다.

● 김정욱의 그림을 보고 나면 여운이 흐른다. 글은 다했어도 뜻의 여운이 남는 것을 이르러 흥이라 한다.(文已盡而意有餘, 興也. 鍾嶸의《詩品》) 흥이다. 흥은 예술 창작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내적 감정의 발동이다. 대상을 마주한 작가의 마음이 움직여야만 예술이라 명명할 수 있는 그림이 된다. 그렇지 않은 붓질은 구성과 모방일 뿐이다. 거기에 상상만으로 부족한 개념은 직관으로 발현된다. 때론 눈동자만으로 사람의 감정을 읽어 낼 수 있듯이 김정욱이 담은 인간의 모습은 부분으로 전체를 아우르는 힘을 가졌다. 사실과 다르나 사실과 같은 오묘한 대상의 해석이 풍부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몰입을 통해 얻은 결과다. 그렇게 작가가 대신해 준 치열한 자연과의 교감이 오늘 우리의 눈을 풍성하게 해 준다.

이와 같이 ‘비형식의 논증’ 전시 작가들은 이미 작품에서 논리적 함축(entailment, implication)이라 불릴 수 있는 특징들을 갖추고 있다. 작품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통해 작가의 작위적 혹은 무의식적 논증이라 표현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자연스럽게 발생된(naturally occurring) 논증”, “평범한(mundane) 논증”, “일상의(everyday) 논증” 등이 대표될 것이며 이런 관심을 “진짜 논증(real arguments)에 관한 관심이라 대입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박준호, 「비형식 논리학의 논증과 논증 평가 개념」, 『범한철학회논문집』pp.155~156 참조)

철학적 사유를 빌어 사고해 보고자하는 비형식의 논증이 예술행위에서 벌어지는 결과물이라고 제시하는 일은 여러 가지 일상생활에서 갖는 비형식적 언어와 상통하는 맥락의 일종이다. 작품의 논증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작업 행위를 이해하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작업 행위는 작가가 논증하는 과정을 거쳐 제시하는 실행이며, 구성, 제시, 해석, 비판, 갱신하는 사회문화적 활동이다. 또한 작가 자신의 사유 근거 제시의 활동이다. 나아가 이러한 창작활동은 특정 주제에 관해 특정한 견해나 입장의 수용가능성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논증이란 한 사람이 어떤 주장을 이성적으로 수용할만하다고 보여주기 위해서 제시하는 일단의 주장이다. 전형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려고 시도하면서 논증을 제시한다. 물론 모든 창조적 행위가 반드시 주장이나 논증을 제시하려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유미주의 외에 작가적 사유의 발로와 그에 대한 결과물로 산출되는 수많은 사고를 이번 전시를 통해 일정한 방향의 시선으로 해석해내려는 일종의 시도임을 거듭 밝힌다. ■김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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