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 SUKNAM | 윤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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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마흔에 시작한 작가의 삶...",오마이뉴스,2015.5.20
마흔에 시작한 작가의 삶... '그녀'의 이야기
[리뷰] 2015 SeMA Green 윤석남전 '심장' 6월 28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 정문 윤석남전시 대형포스터(오른쪽)

한국여성주의미술의 선구자인 윤석남(1939-)전이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서 격년제 원로전(2015 SeMA Green) 두 번째 작가로 초대돼 80년대 초기작부터 근작을 소개한다. 연대별이 아니라 '어머니·자연·여성사·문학' 등 주제별로 전시를 엮었다. 신작으로 '허난설헌', '이매창' '심장' 등과 함께 드로잉 160여점도 선보인다.

작가의 아버지는 한국 최초의 극영화 <월하의 맹서>를 촬영한 영화감독 윤백남(尹白男), 그는 소설가이자 극작가이기도 했다. 윤석남이 15살 때 자신보다 25살 어린 39살의 부인과 6남매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는데 당시 그는 서라벌예대 학장이었으나 3년을 병고를 치루는 후라 유산을 전혀 남기지 못했다.

이전까지 전업주부였던 작가의 어머니가 남편을 잃은 후 그녀의 삶이란 참으로 막막했으리라. 그럼에도 그녀는 6남매를 키우기 위해 전세로 들어갈 형편이 안 되자 정부에 신고만으로 불하받은 땅에 조카와 함께 남은 남편 조의금으로 벽돌로 집을 직접 짓는다. 이 뜻밖의 사건을 본 작가는 여성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는다.

윤석남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625가 터지면서 그 꿈은 산산조각난다. 한편 아버지가 딸에게 <주간소년>을 사주며 독서를 권하는 등등의 영향으로 소설가를 지망하기도 했다. 중2 부산 피난 시절 작은방 햇빛 사이로 부유하는 먼지를 자신의 신세에 비유한 글이 공모전에 당선되기도 한다.

남자 이름을 가진 윤석남, 그건 남아선호사상의 사회적 반영이다. 여성으로 태어난 게 한국에서 저주이다, 그런 굴레를 벗어나려 36살부터 박두진 선생에게 서예를 배웠지만 이것으로 자기세계를 펴기엔 시간이 너무 걸리자 그림에 재도전한다.

작가는 결혼생활 12년 만에 11시가 되면 해야 할 집안일이 없자 이에 회의를 느끼고 40살이 되던 1979년 그해 4월 23일, 남편이 준 생활비를 몽땅 털어 무조건 화구를 샀다. 다행이 남편이 이를 이해해줬고 아파트 방 하나를 터 작업실도 만든다. 우선 6남매를 고생해서 키운 어머니를 미친 듯 그렸고 주변의 일상도 그렸다.

40대 자기 방 확보, 왜곡된 여성 형상화


▲  윤석남 I '어머니5_가족을 위하여' 빨래판 등 혼합매체 80×160×10cm 1993. 재료의 독창성이 돋보인다
ⓒ 김형순

남성중심사회에서 40에 소설가로 데뷔한 '박완서'처럼 40대에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을 확보했다. 운 좋게 1982년 김진숙과 김인순과 함께 첫 전시 '인간전'을 서울미술회관(현 아르코미술관)에서 열었다.

이번 주제 중 하나인 <여성사, 느슨하고 견고한 연대>는 그때 이미 시작된 셈이다. 당시에도 여성이나 모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으나 사회적 맥락 없이 여성의 희생을 맹목적으로 찬미하는 게 다수였다. 그러나 윤석남은 그걸 구조적으로 봤다.

윤석남은 미술교육 경험이 없어 더 독창적이다. 1990년 미국체류 시 브롱스미술관에서 본 콜롬비아작가가 폐목으로 만든 '퍼레이드'라는 조각을 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후 살결처럼 살가운 나무판을 방부 처리해 그 위에 그렸다.

그뿐 아니라 현대미술에서 재료의 독창성이 매우 중요한데 그는 여성이 흔히 집에서 쓰는 도구들 예컨대 빨래판 같은 것을 설치작업에 활용하기 시작한다. 이런 오브제가 작품의 재료가 될 줄이야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나.


▲  윤석남 I '금지지역' 가변설치 혼합매체 1995. 근대화 과정에서 여성이 당하는 고통을 상징적으로 암시한 작품이다
ⓒ 김형순

윤석남은 80년대 과도기를 보내고 여성에 대한 인식의 큰 전환기를 맞은 90년대 들어와서는 여성의 고통을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읽어냈고 여성이 근대화과정에서 보여준 위대함을 복원시키며 남성이 봐도 그 마음에 와 닿을 수 있게 표현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은 누가 만든 말일까 이런 여성비하의 허구논리에 빠지지 않고 여성끼리 자매의식을 넘어서는 연대의식도 높였다. 모든 걸 여성의 눈으로 봤고 그래서 '그의(his) 이야기'가 아닌 '그녀(her)의 이야기'로 작품을 시각화했다.

무한대로 길어지는 여성의 팔과 손


▲  윤석남 I '종소리' 높이 187cm 혼합매체 2002
ⓒ 김형순

위에서 보듯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자주인공은 거의 대부분, 팔이 아주 길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작가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상대방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 또는 상대방에게 더 가까이 가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팔이 길어졌단다.

작가의 말도 맞지만 다르게 보면 죽어가는 것을 살려내는 여성의 힘과 보살핌의 정신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위 작품은 중생을 돌보는 데 할 일이 너무 많아 천 개의 손도 모자라다고 표현한 백남준 작품 '천수관음(千手觀音)'도 연상시킨다.

인간존엄 훼손시대 : 이타(利他) 복원



▲  윤석남 I '김만덕의 심장은 눈물이고 사랑이다' 혼합매체 300×200cm 2015. 전시홍보용 엽서를 찍은 사진. 윤 작가는 그동안 황진이, 이매창, 나혜석, 최승희 등 주로 여성예술가를 주인공 삼아로 작업을 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여성상인을 조형화했다
ⓒ 김형순

사실 윤석남은 여성보다는 훼손된 인간존엄을 언급한다. 그는 흔히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작가라 불리는데 작가는 그걸 거부한다. 작가는 페미니즘 이전에 이타적인 삶을 실천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런 사람 중 여성이 많음을 발견했을 뿐이다. 그의 페미니즘은 그런 면에서 보다 보편적 휴머니즘과 연결된다.

윤석남은 김만덕(1739-1812)이라는 이타적 삶을 펼친 위대한 여성을 발굴한다. 그녀는 기생출신이나 거상(재벌)이 된 인물로, 제주도 흉년이 들자 중간에 쌀 운반 배가 가라앉는 참사에도 전 재산을 털어 그들에게 구휼미를 나누어 준다. 작가는 김만덕의 심장에서 흐르는 눈물이 바로 사람을 살리는 쌀이 된다고 굳게 믿는다.

사람만 아니라 동물, 자연에도 관심


▲  윤석남 I '1025: 사람과 사람사이' 가변설치 나무에 아크릴물감 2008. 이 작품에서 보면 서예에서 배운 동양 붓의 디테일한 필력을 엿볼 수 있다.
ⓒ 김형순

'심장' 이전에도 윤석남은 이미 이타적 삶을 사는 여성을 주제로 두었다. 위 작품이 그 대표작이다. 이걸 만든 동기는 윤석남 작가보다 1살 위인 이애신 할머니가 버려진 1025명의 유기견을 모아 키우고 있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접하면서 할머니의 아낌없이 내어주는 이타적인 삶에 공감하며 탄복한다.

그는 이런 할머니의 사회적 실천을 보면서 자신이 여성으로서 부끄럽고 동시에 할머니가 자랑스러웠다. 이 작업을 안 하면 작가로써 직무유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윤석남은 마음의 굳게 먹고 중노동에 가까운 이 초대형 작품을 5년이 걸려 완성했다. 나무를 깎고, 다듬고, 수차례 표면에 공정을 거쳐 1025마리의 유기견을 만들었다. 이것은 비단 유기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우리주변의 많은 소외되고 버려진 자에 대한 사회적 연대에 대한 연장선에 있다.

'허난설헌', '매창'은 작가의 현대적 변신


▲  윤석남 I '허난설헌' 가변설치 혼합매체 2014. 작품 앞에 포즈를 취한 윤석남 작가. 무당의 시조인 바리데기(왕은 왕비가 7번째도 딸이 낳자 그 딸은 버리다시피 하는데 그 왕이 죽을병에 걸렸을 때 그 딸이 아버지를 다시 살려낸다)설화는 윤작가의 상상력의 시원지인데 위 작품은 그런 풍이다
ⓒ 김형순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면서 "나는 작가가 돼서 정말 좋은 게 남에게 인정받고 유명해지는 것보다는 내 작업실에서 마음껏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라고. 이게 바로 작가가 나이를 뛰어넘어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이유다.

이런 에너지가 2000년부터는 <드로잉일기>를 쓰게 했다. 전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 이번 신작도 그런 열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여기 두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바로 하나는, 27살에 죽은 시인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이다. 그녀의 생애를 설치조각에 담았다. 생존에 아들과 딸이 전염병으로 다 죽자 이를 비통해 하며 쓴 시로도 유명하다. 다행이 허균과 일본이나 중국에 건너간 시는 남아있다. 왜 이런 천재시인은 죽으면서 자신의 시를 저주하며 불태워야 했는지 작가는 분노한다.

또 하나는, 유명한 시조시인 매창(梅窓, 1573-1610)이다. 16세기 한복을 입고 쪽을 진 시인으로서의 매창과 기생으로서의 매창을 작가적 상상력을 발동하여 조화롭게 융합시켰다. 이런 인물의 부활은 작가의 현대적 변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프> 잡지, 숨죽인 여성의 목소리 내다


▲  작가의 자료전 한 코너에 진열된 잡지 표지 중 하나
ⓒ 김형순

그런데 왜 90년부터 여성의 목소리가 커진 걸까. 알다시피 80년대 '민중시대'다. 한국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고 '87항쟁 등 큰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 운동에는 한계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민중을 언급하면서도 그 자체모순인 가부장적 성격으로 민중의 민중이고 그 시대 마지막 식민지 같은 여성을 배제한 것이다.

윤석남은 올해 30주년을 맞은 <또 하나의 문화>에도 일찍이 참여했고, 90년대 초부터 고정희, 김승희 같은 여성시인 등과 함께 여성문화예술기획회원(1992)도 맡았다. 이를 기반으로 1997년 드디어 페미니즘 문화잡지 <이프(IF)>를 창간한다. 이 잡지는 정치적인 것과 사적인 것, 남성과 여성을 분리해서 보지 않는 게 특징이다.

작가는 집안사정이 어려워 성균관대 영문과를 입학하고는 학업을 포기했지만 그는 공모상도 탈 정도로 문학적 재능을 보여 여성문인과도 잘 어울렸다. 2003년부터는 이를 계기로 생명원형과 여성을 일치시키는 '에코페미니즘'과 만나게 된다.


▲  윤석남 I '자화상' 사다리나무판에 아크릴 물감 45×90×10cm 1993
ⓒ 김형순

윤석남 작가는 "내가 누군가를 묻는다면 나는 지상으로부터 20cm 떠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왜냐하면 너무 높으면 자세히 볼 수 없고 현실 속에 파묻히면 좁게 볼 수밖에 없다"라며 세상을 보는 작가의 관점을 90년대부터 확고히 했다.

이렇게 제3의 관점을 가진 윤석남 작가는 1996년 이중섭 미술상, 1997년 국무총리상, 2007년 제4회 고정희 상을 받았지만 결론으로 말하면 그는 페미니즘이나 여성작가도 아니고 다만 남자작가 100명에 맞먹는 몫을 하는 그냥 작가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윤석남 작가 전시관련강연] 2015.05.30 토요일 오후 2시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지하1층 세마홀 강연자: 김영옥(전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장) 02-2124-8937 [뮤지움 데이] 매주 첫째 셋째 화요일은 늦은 10시까지 개방 월요일 휴관 http://sema.seoul.go.kr/korean/exhibition/exhibitionView.jsp?seq=395


기사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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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그림자와늘어난팔...여성주체...', 한겨레,2015.10.01    2015/10/04 
141  [전시]윤석남-우연이아닙니다..',카마쿠라갤러리,2015.9.5~    2015/08/25 
140  '윤석남작가와돌문화공원에서...'2015.8.10    2015/08/25 
139  [그림읽어주는남자]윤석남의'어머니',경기일보,2015.8.6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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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제29회김세중조각상윤석남작가수상',이데일리,2015.7.14    2015/08/25 
136  윤석남*심장-2015 서울시립미술관 기록영상    2015/06/25 
135  "핑크 소파를 박차고 나온 ‘우아한.."한겨레,2015.6.20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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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낮은 눈 뜨거운 심장,.."미디어일다,2015.5.20    201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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